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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술 작품을 해석하는 다양한 방법인 미술사 방법론
    미술사 2024. 3. 4. 19:47

    미술사 방법론에 대해 알아봅니다. 일반적인 작품 해석 방법론에는 자전적 접근법, 형식주의, 도상학적 접근법이 있습니다. 그 외에 사회사적 접근법도 살펴보겠습니다.

     

    미술 작품을 해석하는 미술사 방법론이란

    미술사 방법론은 미술 작품을 감상할 때 눈으로 본 시각적인 정보들을 해석하는 다양한 방식을 말합니다. 작품을 감상할 때는 물론 각자의 관점과 방법이 있겠지만 오랜 기간 동안 일관된 방식으로 해석되어 온 여러 가지 시도 중에서도 특히 역사적으로 시험을 거쳐 살아남아 지금까지 이르는 검증된 방식을 의미합니다. 작품을 해석하는 방식에 신빙성이 있고 범용성 있어 다른 곳에서도 적용이 가능할 때 비로소 방법론으로 채택된다고 하겠습니다. 미술 작품 중에서도 우리가 걸작이라고 부르는 것은, 미술사 방법론적으로 보자면, 그 작품에 대한 수많은 해석이 계속 나와 우리가 그 작품을 이해하는 방식이 계속해서 갱신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한눈에 알 수 있지 않고 단순하지 않으며 다양한 해석의 방식을 구가하는 작품들입니다.

     

     미술 작품의 형성과 해석

    미술 작품은 어떻게 생기는지 그 형성에 대해 파악하려는 노력이 미술 작품을 감상할 때 필요합니다. 우리가 흔히 작품을 보고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은 미학적인 관점에서입니다. 반면 미술사 관점에서는 특정 작품이 왜 그 시대 또는 시기에, 그 장소에서 그러한 형태로 발생했는지 해석하는 일이 더 중요합니다. 작품이 등장하게 되는 요인은 작가의 의도, 삶에서 일어나는 사건들, 예술애호가, 예술품 수요자, 예술가들의 관계, 미술 시장, 작업에 필요한 매체와 기술, 미술 학파, 화가를 비롯한 창작자,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방식, 시대정신, 사회적 경제적 구조, 이데올로기, 정체성 등 수없이 많고 어느 한 가지로 규정하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면 작가의 의도와 삶을 요소로 본다면 단순히 생애사를 보는 일은 직관적이고 자연스러우면서 역사적으로는 시초가 되는 요인이지만 그렇다고 미술 작품에 대한 작가의 의도나 구상, 그리고 작품이 물질적으로 감각적으로 어떻게 구현되었는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작품의 수요자로 예를 들면, 미술사에는 작가를 후원하고 작품을 의뢰하는 사회의 지배계층의 의도가 작품에 더 중요하게 작용했었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매체는 작품을 구체적이고 물질적으로 실현할 때 작용하는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이렇게 작가가 자신의 의도를 작품으로 실현하는 과정에 형성 요인이 많다는 것은 작가가 통제할 수 없는 요인들이 많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정교한 미술사 방법론이 생긴 이유는 작품의 형성에 작용한 복잡한 요인들을 좀 더 잘 해석해 작품뿐만 아니라 작품이 형성된 시대로 이해를 확장하기 위해서입니다.

     

    미술사 방법론 중 자전적 접근법

    미술사 방법론 중 몇 가지를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자전적 접근법은 가장 기초적이고 직관적이며 전통적인 방식의 해석으로, 작가의 삶을 통해 작품을 이해하려는 방식입니다. 작가의 삶과 작품의 궤적을 나란히 놓고 삶의 변화에 따라 작품의 소재나 형식, 도상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연관 짓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면 이중섭 화가의 은지화입니다. 은지는 초콜릿이나 담배 포장에서 안쪽의 얇은 은색 종이를 말합니다. 6.25전쟁 중에 부산에서 피난 생활을 한 이중섭 화가는 길가에 버려진 은지를 주워 틈틈이 그림을 그렸습니다. 자전적 접근법은 자칫 작품에 대한 이해가 작가의 삶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 되어 작품보다 삶에 치중해 그 에피소드들이 극적으로 과장될 수도 있습니다. 작품을 이해하고 해석할 때 형식이나 도상을 이야기하는 것과 삶을 이야기하는 것은 다른 일입니다. 미술사 방법론 중 많은 방법이 자전적 접근법을 넘어서려는 시도에서 발전되었습니다. 자전적 접근법은 오래 되고 널리 퍼져 있는 방법이지만 주관적이거나 투사하는 면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이런 점을 극복하기 위해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입증이 가능한 방법들이 시도되었고 이후 미술사학의 기초가 되었습니다.

     

    형식주의 방법론과 뵐플린

    형식주의 방법론은 작품을 파악하고 해석하는 데 작가 개인의 생애와 경험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고 작품의 형식적인 면이 갖는 역사적 의미에 더 관심을 두었습니다. 다시 말해 작품의 형식의 역사에 주목했습니다. 작품에서 눈으로 지각되는 것은 무엇이고 작품을 구성하는 조형적인 요소는 무엇인지를 중요하게 보고 작품의 선, 색, 형태, 움직임 등이 당대 또는 이전의 작품과 형식적으로 어떤 유사성과 차이점을 갖는지 보았습니다. 이렇게 형식의 역사를 분석하는 방법에서 ‘비 미술적 요소’ 또는 미술의 외적 요소, 예를 들면 작가의 생애, 시대적 배경, 미술 외적인 힘 같은 요소는 작품의 감각적 정보를 결정하는 요소로 고려되지 않았습니다. 이 방법론은 감식에 비유될 만큼 형식을 지나치게 세부적으로 파고드는 점, 그리고 누구나 비슷한 수준에서 유사하게 파악할 수 있는 부분으로 작품을 논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제기될 수 있습니다. 미술사의 기초 개념을 마련한 하인리히 뵐플린은 형식주의 근거해 미술사에서 중요한 다섯 가지 개념을 제시했는데요, 그가 형식주의와 좀 달랐던 점은 형식을 세밀하게 파악하는 목적을 개별 작가에 대한 이해보다 그 작가가 속한 시대적인 특징과 변화를 이해하는 데에 두었다는 것입니다. 뵐플린은 작품의 조형적 특징으로 그 시대의 재현 방식을 이해할 수 있다고 보았고 그래서 미술사에서 고딕, 르네상스, 매너리즘, 바로크 등과 같은 시기 구분도 시대마다 특징적인 시각적 방식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를테면 16세기 르네상스 시대의 미술은 윤곽선이 있어 선적이고, 평면적이고, 폐쇄된 형태이며, 다원성과 명료성을 지니고, 17세기 바로크 시대는 빛에 의한 명암의 극명한 대비로 회화적이고, 깊이감을 주며, 개방된 형태로, 통일성과 명료하지 않은 특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형식주의 방법론은 작품 형식이 작품 자체의 내적 법칙에 의해 발전한다고 보는 측면에서 관념론적이고, 양식이 왜 변화하는지에 대해 설득력 있는 설명을 제공하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작품의 비 미술적 또는 미술의 외적 요소를 작품의 감각적 정보를 결정하는 요소로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또한 형식에서 개별적인 정보나 특정 패턴을 추출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에 눈에 보이는 것을 실증적이고 객관적으로 논하지만 그 이유와 원인에 대해서는 심층적으로 언급하지 않게 됩니다.

     

    미술사 방법론 중 도상학

    도상은 아이콘이라고도 하며 작품에서는 특정한 의미를 가진 상징입니다. 도상은 보편적인 것도 있지만 문화권마다 차이가 있기 때문에 특정 문화에서 통용되는 사회적인 약속으로서 도상의 의미를 알고 있어야 합니다.  도상학은 도상의 의미를 밝히고 해석하는 방법론입니다. 미술의 본질이 재현에 있다면 작품의 의미는 내용 즉 무엇을 그렸는지에 있다는 관점입니다. 작품에서 점, 선, 면, 색, 형태 같은 조형 요소가 아니라 소재나 구도 등에 노골적으로 또는 숨겨진 상징적 의미를 읽어내는 방법입니다. 그래서 도상학에서 양식이 변화하는 것은 주제의 변화와 관련이 있습니다. 도상학자인 파노프스키는 도상이 사용된 목적과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 작품뿐만 아니라 그 작품이 생산된 시대의 방대한 문헌을 읽고 그 지식을 바탕으로 당시의 기호를 해독할 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각각의 도상이 의미하는 상징을 읽어 전체의 의미를 구성하고 궁극적으로는 그 시대를 이해한다고 했습니다. 이는 작품의 배경이 된 사회와 문화에 내재한 근원적인 정신에 대한 통찰 제시한 것으로 형식주의자들과 상반된 입장입니다. 예를 들면 뒤러(Durer)의 작품 ‘멜랑콜리아’에서 멜랑콜리아는 중세 시대에 ‘병적인, 게으른’이라는 의미로, 이 작품 속에 묘사된 시계, 종, 컴퍼스, 저울, 요정, 무지개, 혜성 같은 물건과는 어울리지 않아 보입니다. 그러나 파노프스키는 이 작품과 관련된 문헌을 확인한 후 이 단어의 의미가 ‘창조적인 천재성’으로 변모하던 시기임을 밝히면서 ‘멜랑콜리아’가 이전의 수동적 의미에서 ‘사색, 사유, 예술가에게 창조의 서광’으로 변화할 뿐만 아니라 신(神) 중심의 신학에서 인간 중심의 인문주의로 변화하던 시대라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작품 속에 나타난 도상의 의미를 확인하고 그것을 종합적으로 통찰해서 변모하는 세계관에 대한 입장으로 작품을 읽어내는 도상학적 방법론은 도상의 상징 체계가 일관적이고 안정적으로 작동하던 시대에는 미술을 이해하는데 강력한 힘을 발휘하지만 그 체계가 흔들리고 관점이 여러 체계로 분할되는 시기의 작품에는 효력을 발휘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역사적으로 급변하는 사회에서 생산된 작품들에 적용하기에는 어려운 방법론일 수 있습니다.

    미술 작품을 해석하는 다양한 방법인 미술사 방법론
    미술 작품을 해석하는 다양한 방법인 미술사 방법론

     

    미술 작품을 해설하는 사회사적 방법론

     

    격변하는 시대에 생산된 작품을 더 정교하게 설명하려는 노력 속에서 등장한 방법론입니다. 변화하는 사회와 인간관계 그리고 세계관 속에서 생산된 작품의 형식적 특징이나 모티프를 도상학적인 접근법으로 명확하게 해석하기는 어렵습니다. 사회사적 방법론은 작품에서 사회적 경제적 변동으로 생기는 다양한 관점 사이의 긴장, 대체로 물질적 조건에 근거해 발생한 간극이나 모순을 읽어내고 그와 연관되어 채택된 작품의 형식적 면모를 이해하고자 합니다. 사회사적 방법론의 핵심은 사회적 변화가 작품에 어떻게 반영되고 작품이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 가는데 어떻게 기여하는가 하는 것입니다. 이 방법론은 19세기 근대기의 프랑스의 리얼리즘과 인상주의의 유명한 작품들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발전했다고 합니다. 당시 파리는 근대성과 도시화가 진행된 시기로 부르주아 계급이 귀족 계급을 대체하면서 소비 자본주가 형성되는 등 급변하던 시기였습니다. 19세기 작품들은 당시 시대 변화와 긴밀하게 연동되어 있기 때문에 도시와 연관된 일상적인 소재를 작품의 주제로 삼았습니다. 이는 이전 세기의 작품이 종교적, 신화적, 문학적인 소위 작위적이고 드라마틱한 혁명, 왕의 즉위식 같은 모티프를 다룬 것과는 달랐습니다. 이전과 다른 공간을 묘사하고, 원근법에서 벗어나려고 시도하며, 선과 색과 형태의 해방으로 시각적인 명료함을 시도한 사회사적 접근법은 그래서 일종의 ‘형식주의적’인 실험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1970-80년대 만들어진 사회사적 방법론은 20세기 후반에 이르러 학술적 논의가 발달하고 작품을 정교하게 읽는 방식이 마련되면서 상대적으로 덜 주목 받았던 작품이 부각되기도 했습니다. 요즘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인상주의 작품은 실제로 20세기 초까지는 의미 있는 내용을 다룬다고 여기지 않았다고 합니다. 반 고흐의  <파리 근교 The outskirt of Paris> 라는 작품도 단순히 한 개인의 실존적인 고독이나 외로움을 표현한 것이 아니라 사회사적 방법론으로 보면 당시 프랑스의 사회적 경제적 변화로 인해 파리 시내에 고급 주택이 생기면서 시민들이 교외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던 현상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예술적 영감이나 아름다움에 대한 차원보다는 그림 속에서 가로등이 들어오는 범위를 통해 도시와 농촌의 경계를 자의식적으로 표현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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