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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양 화가 에드워드 호퍼의 파리와 뉴욕 시절 그리고 조세핀 호퍼
    미술사 2024. 3. 5. 13:54

     

    에드워드 호퍼에 대하여

    뉴욕이라는 도시는 세계 그 어느 곳보다도 활력 있고 붐비고 화려하고 치열하며 때로는 난폭하기도 한 도시입니다. 100여년 전 뉴욕은 소음과 공해에서도 세계적으로 악명이 높았다고 하는데요, 이런 도시를 고요하게 만든 화가가 1990년대 초 미국 미술계에서 자기만의 독특한 사실주의를 선보인 에드워드 호퍼입니다. 그의 작품들은 시간이 정지된 듯한 도시와 거기에 등장하는 인물 한두 명이 먼 곳을 바라보거나 고개를 숙인 모습으로 외로움과 고독함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여러 명이 있어도 서로 무관심해 따로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의 작품에서 드러나는 단순한 색채감은 현대인들 특히 도시인들의 외로움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을 좀 더 잘 이해하려면 외로워 보이는 인물 외에도 큰 창문과 거기로 쏟아지는 강한 빛 그리고 그림자를 볼 필요가 있습니다. 빛과 그림자는 그림 속의 사람과 주제 사이의 균형과 긴장감을 만듭니다. 그러면서도 이 세 가지 요소를 둘러싼 배경이 알 수 없는 안정감을 줍니다. 대표적인 작품 '햇빛 속의 여인'을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또 호퍼가 활동했던 당시 미국 사회를 반영하는 소재들도 볼 수 있습니다. 자동차 기술이 급격히 발전하면서 미국인들은 자동차로 장거리 이동이 가능해졌고 자연히 도로, 주유소, 숙박시설, 레스토랑 같은 시설도 늘어났습니다. 그는 뉴욕에 있는 예술학교에서 사실주의 그림을 그렸던 스승의 지도를 받았고 미국의 일상적인 풍경을 소재로 작업한 사실주의 화가들과 함께 공부했습니다. 그런데 그릴 때 정교하게 묘사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색채가 화려한 것도 아니고 붓 터치가 거칠거나 경쾌한 것도 아닙니다. 작품에 등장하는 요소들은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 배경이든 인물이든 모두 정지해 있고 세상과 격리된 것처럼 보입니다. 생기 넘치는 뉴욕의 번화함을 무색하게 하는 고요함이 작품의 특징입니다. '위대한 예술은 예술가의 내면을 밖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호퍼 자신이 말했던 것처럼 그의 그림은 외부의 세계를 있는 그대로 그린 것이 아니라 세상에 대한 자기의 속마음을 털어놓은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이 시선을 잘 주지 않고 주의 깊에 보지 않는 곳에 주목해 대상과 공간을 면밀히 관찰하고 호퍼 특유의 대담한 구도, 빛과 그림자, 재구성한 시공간이 풍경은 내면의 자화상이라고 볼 수 있고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우리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에드워드 호퍼의 파리와 뉴욕 시절 그리고 조세핀 호퍼
    에드워드 호퍼의 파리와 뉴욕 시절 그리고 조세핀 호퍼

     

    서양 화가 에드워드 호퍼의 파리 시절

    미국에서 삽화가로 일은 시작한 에드워드 호퍼는 예술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프랑스 파리로 갔습니다. 옛 도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파리는 복잡한 뉴욕과는 달리 그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파리와 근교의 거리에 나가 사람들과 건축물과 자연을 유심히 관찰하기도 하고 유럽의 여러 도시에 있는 미술관을 찾아가 거장들의 작품을 감상하기도 했습니다. 이 시기에 새로운 환경에서 얻은 영감과 소재로 그의 작품은 점차 변화했는데, 처음에는 건물 내부를 어둡게 표현했다가 인상주의의 영향을 받아 야외로 나가 수평 구도에 빠른 붓 터치로 부드러운 빛의 효과를 강조한 밝은 그림을 그렸습니다. 이후 파리 곳곳의 건축물을 그린 작품을 보면 마치 사진을 찍은 듯한 구도에 빛과 그림자의 대비가 강해 이때 호퍼만의 화풍이 조금씩 구축되기 시작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야외에서 파리 사람들의 생동감 넘치는 일상도 그렸습니다. 그중에는 파리에서 관찰한 풍경을 미국으로 돌아가 완성한 작품도 있는데 실제 관찰한 것에 바탕을 두고 구성하되 자기의 기억과 상상력을 더하는 호퍼 특유의 사실주의적 특징이 시작되는 중요한 시기입니다. 

     

    서양 화가 에드워드 호퍼의 뉴욕 시절

    에드워드 호퍼가 귀국했을 때 미국 미술계의 움직임은 독자적인 미술을 전개하려는 방향이었고 이에 그는 미국적인 풍경을 그리기로 하고 본격적으로 뉴욕에 정착했습니다. 처음에는 에칭 판화로 뉴욕의 고층 건물, 주택가, 번화가의 풍경과 더불어 교통 체계가 본격적으로 발달해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도시 개발이 진행되는 분위기를 표현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도시의 텅 빈 거리와 불빛, 실내에 있는 인물도 소재로 삼았는데 이 시기 판화 작품은 미술계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며 예술가로서의 입지를 확실하게 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이후 회화에서 나타나는 구도, 주제, 빛과 그림자의 효과 같은 표현법의 기초가 되었습니다. 뉴욕은 호퍼가 유럽에서 돌아온 후부터 세상을 떠날 때까지 평생을 보냈던 곳이자 그가 좋아하고 가장 잘 아는 도시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이 도시의 풍경과 뉴요커들의 일상은 자연스럽게 작품의 소재가 되었습니다. 20세기 초 뉴욕은 지금과 같은 대도시로 변모하던 시기로 자동차, 지하철, 철도, 고속도로 등 교통 체계가 자리를 잡고 도시는 사람들로 넘쳐났습니다. 하지만 호퍼는 오히려 19세기 지은 낡은 건물의 지붕이나 강변에 옆으로 길게 늘어선 아파트,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캔버스에 옮겼는데 이는 마치 고가 전철을 타고 가면서 내다본 창밖의 풍경 같았고 다른 화가들과는 다른 시점으로 포착한 장면이었습니다. 이런 독특한 관점은 도시인들을 그린 작품에서도 드러납니다. 건물 밖에서 안을 들여다보는 관찰자적인 시선으로 묘사한 인물들 그리고 건물의 안과 밖 두 공간을 연결하는 장치로서 창문은 도시의 양면성을 드러내는 경계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에드워드 호퍼 하면 떠오르는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이라는 작품을 보면 건물 안 조명이 켜진 밝은 공간과 어두운 바깥 밤거리가 극명하게 대비되면서 시간이 멈춘 듯한 단절감이 느껴집니다.

     

    조세핀 호퍼

    호퍼의 작품에 꼭 고독한 도시 풍경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는 여름을 보내기 위해 뉴잉글랜드에 갈 때면 해안을 따라 여행하면서 야외에서 그림을 그리게 되었는데, 가파른 해안 절벽과 부서지는 파도, 작은 해변을 물감으로 두껍게 칠해 암석의 덩어리 질감을 드러내고, 바다와 대지를 강한 색 대비로 표현하기도 하며, 빛과 그림자를 이용해 색 대비를 나타내기도 하면서 고독한 도시 풍경과는 다른 역동적이고 환한 바다 풍경을 그렸습니다. 뉴잉글랜드에서 보낸 어느 여름 호퍼는 조세핀을 만나 결혼하면서 개인적인 삶에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조세핀 호퍼는 뉴욕예술학교의 동문이자 화가였는데, 그녀의 영향을 받아 시작한 수채화는 미술관 전시에 출품해 좋은 반응을 얻으며 판매로 이어졌고 그가 전업 작가가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와 같이 뉴잉글랜드는 호퍼에게 도시와는 다른 분위기에서 영감을 얻고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었던 장소였습니다. 두 예술가가 부부는 성격 차이로 다투기도 했지만 취향과 예술적 영감을 공유하면서 여러 나라로 여행을 떠나 야외에서 작업도 함께 했습니다. 아내 조세핀 호퍼는 그의 작품을 홍보, 판매, 관리하고 미술 관계자들과 교류하는 훌륭한 조력자이기도 했고 작업에 있어서 뮤즈이기도 했습니다. 극단에서 활동한 경력으로 남편에게 다양한 포즈를 제안했던 흔적은 작품에서도 드러납니다. 호퍼의 작품이 지금까지 잘 보존되고 있는 것도 조세핀 호퍼가 남편이 세상을 떠난 후 3천 점에 달하는 작품과 자료를 모두 휘트니 미술관에 기증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남편의 전시 이력과 작품 판매 등을 30년 이상 꼼꼼하게 기록한 장부는 그의 작품과 생애를 연구하는 핵심 자료로 사료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에드워드 호퍼의 작업들과 영향

    에드워드 호퍼라고 하면 사람들은 보통 도시 현대인의 단절과 고독을 그렸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의 작업은 그 이상으로 다채롭고 깊이가 있습니다. 그가 살면서 이동했던 도시와 국가를 비롯해 그의 작업을 살펴보면 각각의 자취가 이어져 조금씩 독보적인 예술로 변해간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가 전 생애에 걸쳐서 작업한 드로잉, 판화, 유화, 수채화 그리고 아카이브 자료를 보면 그 충실했던 과정을 더 잘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호퍼는 '나한테 가장 중요한 것은 계속되어 간다는 느낌이다. 여행할 때 사물이 얼마나 아름답게 보이는지 당신도 잘 알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여러 장소가 갖고 있는 특성들을 관찰과 자기만의 감수성 그리고 상상력을 더해 풍부하게 그려내고 발전시켰습니다. 에드워드 호퍼가 미국 미술사에 끼친 영향은 뚜렷한 조명에 의한 빛과 그림자이 대비, 강렬한 색, 공간의 활용과 대담한 구도로 회화 뿐만 아니라 사진, 그래픽, 영화, 광고 등 다양한 분야에 이릅니다. 그리고 20세기 미국의 사회, 문화, 정신을 반영하고, 개인의 고립감과 근대화 도시화의 양면성을 제시하면서 미국 미술의 방향성을 제시했고 미국 미술의 주요한 흐름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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