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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양 미술사에서 예술 의지 그리고 객관적 비례와 제작적 비례
    미술사 2024. 3. 7. 11:44

     

    예술 의지

    미술에서 양식의 변화를 설명할 때 예술 의지 이론과 연결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다른 이론들은 예술이 발전하는 원인을 외부에서 찾지만 예술의지는 예술의 내부에서 찾기 때문입니다. 예술 의지는 예술가의 창작 의지, 예술 작품이 전달하려는 메시지, 작품에서 발견되는 사회적 맥락에서의 예술의 의미 등을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시대에 따라 예술 의지가 변하면서 양식도 변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 시대의 예술가들은 인간의 신체를 사실적이면서도 이상화 한 모습으로 표현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이들의 예술 의지는 '이상적인 인간의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것이었습니다. 반면에 종교 중심의 중세 시대에는 신앙을 주제로 한 작품이 대부분이었고, 예술 의지는 '신의 영광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어서 신성한 이미지 표현에 초점이 맞추었습니다. 하지만 르네상스에 이르면 인간 중심주의가 강조되었고 과학의 발달로 관찰과 실험을 통해 더 사실적이고 과학적인 표현을 추구하였습니다. 근대에 이르면 예술가들이 전통적인 표현 방식을 벗어나 개인적인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려는 의지가 강해져 인상주의, 표현주의, 초현실주의 등 다양한 예술 운동으로 이어졌습니다. 예술 의지는 '자기만의 독특한 시각과 감정을 표현하려는 의지'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서양 미술의 양식 변화는 예술가의 예술 의지와 그 시대의 사회적, 문화적 맥락을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비례론

    비례론은 살아 있는 생명의 크기와 관련된 이론입니다. 어떤 대상 특히 인간의 신체를 예술적으로 묘사할 때 신체의 각 부분과 부분 또는 부분과 전체 사이의 수적인 관계입니다. 예술 의지를 설명할 때 객관적인 근거가 되는 것은 숫자로 표현되는 비례론입니다. 수학적 정밀성을 가지고 증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비례론의 핵심은 '황금비율'이라고도 알려진 특정한 수학적 비율에 있습니다. 황금비율은 길이가 짧은 부분과 긴 부분의 비율이 전체 길이와 긴 부분의 비율과 같을 때 발생합니다. 이 비율은 약 1:1.618로, 고대 그리스 미술과 건축에서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오래전부터 인간은 예술을 창작하는 데 비례론을 도입해 왔지만 체계적인 연구는 없었습니다. 이에 대해 파노프스키는 예술에 대한 우리의 관념을 낭만주의가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즉 낭만주의적 관점에 따르면 예술과 이성과 대립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입장은 오랫 동안 논란이 되어 왔습니다. 낭만주의가 등장할 수 있었던 토대는 고전주의자들이 예술을 이성의 분야라고 생각하면서도 그것이 반드시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고 그 결과 이성 외에 그 무엇이 있다고 믿은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이성으로 설명이 불가하고 때로는 이성을 초월하는 그 무엇이 바로 예술의 본질이라고 주장합니다. 그 결과 예술을 낭만주의적으로 보는 동안에는 이 이론이 예술사에서 발달하기 어려웠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비례론은 고대 이집트 때부터 존재했습니다. 역사적으로 예술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는 인간이었고 그래서 인간의 신체를 어떻게 묘사하는지 역시 가장 중요했으며 최대한 아름답게 묘사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부분과 부분, 부분과 전체 간의 수적 비례 관계를 명확히 알아야 했습니다. 이런 필요에서 사람들은 아주 오랜 옛날부터 비례론을 발달시켜 왔습니다. 

     

    객관적 비례와 제작적 비례

    우리가 눈으로 본 사물을 있는 그대로 똑같이 묘사할 때 그림은 사진에 가까워지는데 이런 것을 객관적 비례라고 합니다. 즉 그림으로 그린 이미지의 실제 비례가 그 모델이 되는 실물의 비례와 일치할 때 객관적 비례를 취한다고 말하고 작품 안에 있는 이미지와 밖에 있는 실물의 관계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이와 달리 제작적 비례는 대상을 보고 실제의 신체 비례와는 관계없이 변형시켜서 완전히 다른 비례로 그리는 것으로, 갈수록 실물에서 멀어져 그림 자체가 일종의 구성이 되어 한마디로 비례론이 구축론이 되어버리고 이미지는 장식과 디자인에 가까워집니다. 제작적 비례는 작품 내적인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입니다. 양식적인 관점에서 보면 인체를 묘사할 때 어떤 시대든지 대개 이 두 이론 사이를 오가는 경향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두 비례는 서로 배척하는 관계에 있어서 객관적 비례를 따르면 점점 실물과 가깝게 보여 결과적으로 회화가 거의 자연주의나 사진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가장 극단적인 양식이 현대의 극사실주의일 것입니다. 고전주의에서는 대상을 눈에 보이는 대로 먼저 객관적인 비례에 따라 그린 후에 살짝 변형해서 더 이상적인 단계로 묘사하는방법을 사용했습니다. 

    서양 미술사에서 예술 의지 그리고 객관적 비례와 제작적 비례
    서양 미술사에서 예술 의지 그리고 객관적 비례와 제작적 비례

     

    이집트의 객관적 비례와 제작적 비례

    객관적 비례와 제작적 비례가 일치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바로 이집트 미술입니다. 이집트 사람들은 그림을 그리거나 조각을 만들 때 모눈종이 같은 것으로 일종의 틀을 만들어 정해진 비율을 이용했기 때문에 예술가는 개성이나 창의성을 발휘한다기보다는 숙련된 기술자에 가까웠습니다. 이런 방식이 가능했던 것은 비례론을 인간 신체에 적용할 때 발생하는 문제점인 비례의 변화를 그들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해결했기 때문입니다. 그 문제점은 대상의 실제 비율이 대상의 자세나 움직임에 따라 변화할 뿐만 아니라 관찰자가 대상을 바라보는 시각에 의해서도 변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작품을 다 만든 후에 어디에서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따라서도 변합니다. 이집트 미술은 객관적 비례와 제작적 비례가 일치해 조각은 특히 고도로 양식화되어 있어서 실물 느낌이 안 나고 디자인처럼 보입니다. 제작적 비례임에도 불구하고 측정해 보면 실제의 인체가 갖는 비례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작품을 제작할 때 실물을 측정해서 이상적인 신체 비례의 평균 수치를 정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는 몇천 년 전에 확립되어 이집트 조각상을 제작할 때 적용하고 그것이 전통으로 굳어져 계속 전해지면서 양식화가 되었습니다. 이집트 사람은 상당히 보수적이었기 때문에 한 번 정해놓은 규칙은 오랜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았고 오히려 변화가 있었다면 강화되었음을 의미합니다. 이집트인은 지구상에서 거의 유일하게 객관적 비례와 제작적 비례가 결합한 문명과 미술을 이루었습니다.

     

    그리스의 비례론

    고대 그리스의 '비례론'이라는 책을 보면 고대 그리스인도 자기들만의 묘사와 표현 방법이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스의 비례론은 고대 그리스에서 발전한 미술과 건축을 이루는 핵심 원칙 중 하나로, 아름다움과 조화를 창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그리스에서는 처음에 객관적 제작적 두 가지 비례를 수용했는데 기원전 6세기 무렵이 되면 양식의 변화가 일어났고, 점차 객관적 비례로 옮겨 가 조각에서 실제 인간의 미소와 유사한 아름다운 미소가 등장하면서 객관적인 비례로 옮겨 갔습니다. 현세적인 그리스인들은 예술을 구현하려는 의도가 달랐는데 그리스는 날씨가 좋고 토양이 비옥하며 지중해 무역이 발달해 좋은 환경과 사회 조건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들에게 비례론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자 하는 노력의 상징이었고 예술에도 반영되었습니다. 또한 인체에 대한 그리스인들의 이해를 반영하기도 합니다. 그들은 인체의 각 부분이 서로 균형을 이루고 있어야 한다고 믿었고 이는 많은 예술 작품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비례론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하기도 했는데, 바로 훨씬 이전부터 제기된 대상의 동작과 자세에 따라 달라지는 비례를 해결했습니다. 다시 말하면 예술가들이 대상을 다양하게 묘사하기 위해 각자 비례 관계의 수치를 바꾸어 산정해서 작품을 제작했습니다. 또한 관찰자의 시각에 따라 실제 비율을 변화시키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면 눈에 보이는 순간의 우연성을 인정해 예술가가 시각적으로 지각한대로 대상에 단축법을 적용해서 그림을 그렸고, 이러한 방식은 특히 조각을 회화나 부조로 옮길 때 잘 드러납니다. 작품이 완성된 후 바라보는 관찰자의 시점에 따라서도 비례는 달라집니다. 그리스의 신전 건축물은 신을 위한 집이어서 신상을 모셔 두기 때문에 일반인의 출입은 제한되었고 제사장만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 종교적인 행사도 신전 밖에서 열렸습니다. 그리스에서 사용된 비례론에는 그 나라 사람들이 갖고 있는 세계관과 정치적 사회적인 특성이 반영되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스 비례론은 모든 요소가 서로 균형을 이루면서 아름다움을 창출한다는 개념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이처럼 그리스의 비례론은 인간과 자연에 대한 이해를 통해 아름다움과 조화를 추구하는 중요한 원리이고, 오늘날까지도 예술을 비롯한 많은 분야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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