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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네상스 시대에 알베르티의 '회화론'과 원근법
    미술사 2024. 3. 10. 15:42

     

    알베르티에 대하여                                             

    어느 분야에서나 재능이 뛰어나 흔히 '전인( 全人)'으로 지칭되는 사람들을 ‘르네상스적 인간’이라고 부릅니다. 이탈리아의 건축가이고 작가이며 철학자였던 레온 알베르티 역시 르네상스적 인간의 한 사람입니다. 다방면에 능통한 실력으로 회화와 조각을 했고, 정치학을 비롯한 다양한 연구와 저서도 남겼는데 당대에는 예술 작품보다는 저서와 문필가로 크게 이름을 남겼고 다른 예술가들에게도 영향력이 있었습니다. 특히 건축에서는 르네상스 건축의 전형적인 양식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평가받는 피렌체의 산타 마리아 노벨라 대성당의 앞면인 파사드가 있습니다. 건축 분야에 현대적인 개념을 도입하고, 고전적인 로마 건축 양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면서 건축 분야에 현대적인 개념을 도입해 많은 건축 작품을 남겼습니다. 르네상스 시대는 인류 역사상 지적·문화적 발전의 대전환기이고 다양한 분야에서 천재성을 가진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이 중에서도 알베르티는 당대의 중요한 인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그가 활동했던 시대 뿐만 아니라 사후에도 그의 예술에 대한 원칙과 철학적인 접근은 르네상스 이후의 서양 문화에 영향을 미쳤으며 오늘날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르네상스 시대에 알베르티의 '회화론'과 원근법
    르네상스 시대에 알베르티의 '회화론'과 원근법

     

     

    르네상스 시대에 알베르티의 '회화론'

    알베르티의 '회화론'은 세 가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는 회화의 기본 원칙에 대한 이론을, 두 번째는 회화의 기법과 예술가의 기술에 관한 실용적인 부분을, 세 번째는 화가가 갖고 있는 창의력과 예술적인 비전을 제시합니다. 이 책의 특징은 아주 오래전부터 시작된 르네상스 운동에 대한 이론적 표현으로, 이미 발명된 원근법에 대한 논의도 알베르티에 이르러 저서로 정리가 되었습니다. 알베르티의 '회화론'은 르네상스 화가들이 그림을 그리는 형태와 색과 방법과 연출에 대해 최초로 이론적이고 문학적으로 저술한 것입니다. 이런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 중세 시대의 성화를 그린 방식과 비교하면 좀 더 효과적입니다. 또 다른 특징은 회화의 주제를 성서에서 가지고 온 예시는 단 하나도 없으며 모든 참조 사항을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서 가져왔습니다. 고대 그리스 로마의 부활이라고 하는 르네상스 시대에 제작된 회화에서 대부분의 소재나 주제가 성서임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는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은 알베르티가 오직 ‘고대의 부활’이라는 점에 초점을 충실하게 맞추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는 의도적으로 시대를 상당히 의식하면서 새로운 시대의 회화론임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색상과 빛의 특징

    알베르티가 갖고 있는 색에 대한 이론은 '자연에 존재하는 색상은 흰색과 검은색 두 가지뿐이고 나머지 색상은 모두 이 두 개의 배합에서 나온다'는 것에 기초하며, 여러 가지 색상을 배합하면 무수히 많은 색상이 나오지만 결국 그 수많은 색도 네 가지의 기초 색상에서 출발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가 말한 네 가지는 삼원색인 빨강, 노랑, 파랑에 녹색을 추가한 것인데, 지금의 관점에서는 의아할 수도 있지만 그가 '네 개'로 상정한 이유는 플라톤이 주장한 네 가지 원소와 관련이 있습니다. '플라톤의 4 원소설'은 세상 만물이 가장 기본이 되는 4 원소에서 비롯된다는 것입니다. 알베르티는 만약 세상이 네 가지 원소로 이루어져 있다면 세상의 모든 색상도 그 원소들의 색상이라는 관점입니다. 그러니까 플라톤이 주장한 불, 물, 공기, 흙의 원소에 상응하는 색은 빨강, 녹색, 파랑, 노랑입니다. 반면 흰색과 검든색에 대해 알베르티는 이들은 색상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섞게 되면 다른 색에 영향을 끼친다고 보았습니다. 알베르티는 색을 설명할 때 빛의 반사 효과와 관련해서 설명하기도 합니다. 현대에는 색의 정체가 빛이라는 걸 잘 알고 있고 이는 인상주의 시대 밝혀진 이래 오늘날까지 내려오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알베르티는 빛과 색이 굉장히 밀접하게 연관이 있다고 말하면서도 궁극적으로 다르게 여긴 것 같은데 밝아지면 색이 잘 보이고 어두워지면 색이 안 보인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도 빛의 반사 효과에 대해서는 또 상당히 인상주의적인 관점을 갖고 있어서 반사광에 대해 ‘햇빛이 화창한 날 풀밭을 거니는 사람의 얼굴빛이 푸르스름하게 보이는 현상을 떠올리면 이해가 될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알베르티에 의하면 빛은 흑색과 백색의 조합이라고 하면서 색에 대해 '상아나 은이 갖는 색을 백색이라고 한다. 하지만 눈이나 백조의 순백색에 비하면 상아나 은은 왠지 어두워 보인다. 그러므로 어두운 것 옆에서 밝아 보이고, 밝은 것 옆에서 어두워 보이는 사물의 특성과 비슷하게 사물을 묘사할 때도 흑색과 백색을 적절하게 배합해 칠하면 빛나고 눈부신 광채라도 그리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했습니다. 이는 자연광, 금과 은에서 나오는 빛, 촛불,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한 빛 등 실제 존재하는 빛을 사용했던 중세의 접근법과는 다른 것으로 빛은 물감으로도 표현할 수 있고 검은색과 백색을 섞으면 된다는 것입니다. 중세에는 재료로 처리했던 것을 알베르티는 기술 내지는 솜씨로 처리할 수 있다는 논리이지만 빛과 물감의 흰색은 명도의 차원이 물리적으로 다릅니다. 

     

    르네상스 시대에 알베르티의 원근법

    원근법이 등장하게 된 계기는 르네상스 화가들이 대상뿐만 아니라 대상이 위치한 공간 전체도 포착하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선 원근법은 3차원의 입체인 공간 전체를 2차원의 평면으로 옮기기 위한 투시법입니다. 이는 고대 그리스인들이 대상과 공간의 상관관계를 일관성 있게 이해하지 못해 배경과 공간이 일치하지 않았던 경험적인 원근법과는 다릅니다. 르네상스 시대에 이르면 공간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 화면 내의 공간을 먼저 X자로 분할하고 그 교지점에 점을 찍어 나머지 대상들은 거리에 따라 확대나 축소를 따로 계산하지 않고도 비율이 대충 정해졌습니다. 다시 말해 고대 그리스보다 원근법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흔히 르네상스 시대를 고대의 부활이라고 하지만 이는 고대의 부활에서 더 나아가 공간을 수학적이고 과학적으로 다룬 것입니다. 원근법에서 사용한 단축 비율은 화가의 눈높이인 수평선에 수렴하기 위한 비율입니다. 물론 알베르티의 원근법이 나오기 이전에도 가까운 것은 크고 길게, 먼 것은 작고 짧게 보인다고 알고 있었지만 대충 수평선을 긋고 계속 3:2로 줄여가는 방식이어서 이를 반복하면 어느 순간에 이르러 수평선이 곧 시선의 목표가 됩니다. 이렇게 할 경우 문제는 사람이나 대상의 형태를 그려 넣을 때 그 대상의 높이만 생각하면 수평선과는 차이가 생기면서 배경과 분리되어 정확성이 없어집니다. 사람과 대상의 형태는 화가의 정확한 눈높이에 따라 묘사되지만 공간 전체는 화가의 눈높이와는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원근법은 단순히 단축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정확하게 계산해서 단축해야 화가가 보는 눈의 위치에서 수평선을 그릴 수 있습니다.


     화가의 위상 변화

    르네상스 시대에 알베르티가 위와 같은 글을 쓰기 전까지만 해도 화가와 조각가의 지위는 그리 높이 평가되지 않았습니다. 중세 시대에 장인 계층의 사회적 지위는 서서히 상승하고 있었지만 대중의 장인에 대한 의식은 달라서 화가들을 장인들과 마찬가지로 기술적인 작업을 하는 사람으로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르네상스 때부터 화가와 조각가가 육체적인 실천과 실용성 중심의 제품을 주문받아 제작하는 장인 계층으로부터 자기들을 구별하려는 변화가 서서히 나타납니다. 화가와 조각가는 예술가로서 정신적인 노동과 이론적인 바탕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장인과는 다르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거기에 가장 중요한 근거가 바로 원근법이었습니다. 당시 기하학은 교양인들이 배워야 할 자유 교양 과목인 liberal arts 중의 하나였고, 기하학에 속하는 원근법을 그림에 적용하는 작업은 회화와 화가의 사회적인 위상을 변화시키는 타당한 기반이 되었습니다. 이 외에도 그림의 바탕이 되는 수학적, 과학적인 이론들을 강조하는 동시에, 수학자들은 사물의 형태를 측정할 때 물질적인 상태에만 관심을 두는 이성적인 태도이지만 화가들은 사물이 보이는 그대로를 전부 다루기 위해 기하학적인 측면에 더해 색이나 명암 같은 회화만의 풍부한 지혜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알베르티가 회화를 그저 눈에 보이는 사실과 현실을 모방하는 도구로 보지 않고 화가의 창의력과 상상력이 개입된 영역의 작업으로 여겼음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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