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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술 비평과 프랑스 고전주의
    미술사 2024. 3. 11. 01:00

     

    예술 비평과 미술사 

    예술 비평은 미술사와 혼재하는 경우도 있는데 예를 들면 조르지오 바자리의 저서 '르네상스 미술가 평전'은 예술사와 예술가에 대한 평가를 동시에 다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두 분야는 엄연히 다릅니다. 미술사는 미술의 역사 그러니까 지금과는 시간적인 거리가 있는 과거를 다루며, 보편성과 일반성을 추구합니다. 그리고 학문의 영역에 속합니다. 한편 예술 비평은 나온 지 얼마 되지 않는 개별 작품을 다루는 개별성을 띠고 있으며 예술의 영역입니다. 비평가도 예술가처럼 능력이 타고난 경우도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예술 비평은 예술과 과학이 결합한 장르로 볼 수 있습니다. 


    예술 비평의 역사 

    알베르트 드레스드너가 쓴 비평에 대한 책 '비평의 발생'을 보면 고대 그리스부터 책이 발간된 1915년 경까지의 예술 비평의 역사를 담고 있습니다. 고대 그리스 때에도 비평이 있었지만 작가들이 서로 비평해 주는 소위 예술가 비평이었습니다. 반면에 오늘날은 예술가가 아닌 다른 사람이 비평하는 아마추어 비평의 개념입니다. 그래서 '예술 비평'은 예술을 비평의 대상으로 삼기도 하고 비평 자체가 문학으로서 예술이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오래전부터 예술 비평은 있었지만 진정한 의미로 '예술에 대한 판단이 문학적인 형식을 갖추어서 고유한 문학적인 장르가 되도록 하는 것'을 의미하는 예술 비평의 전통은 17세기 프랑스에서 형성되었다고 볼 수 있고 있습니다. 근대 이후 예술 비평은 그 자체로 문학적 장르로 존재하면서 평론가 역시 자기만의 작품을 생산했고, 그 강력한 매개체는 프랑스의 살롱 문화였습니다.


    예술 비평의 구성 요소

    알프레드 드레스드너에 의하면 미술 비평에는 세 가지 요소가 필요합니다. 먼저, 작품 자체를 인식하고 분석하는 것으로 미술사나 미학 등의 학문을 학습하는 것이 여기에 속합니다. 다음으로는 작품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는 정치적 측면의 영향으로, 이 영향은 오늘날 비평의 형태도 있지만 주로 갤러리나 미술관에서 어떤 작가의 작품을 수집하는지의 문제, 전시에 출품할 작가 선정 문제와도 관련해서 영향 또는 피드백은 취향을 결정하는 행위로 특정 경향을 지배하게 됩니다. 만약 예술이 소통하는 하나의 체계라면 예술가의 작품을 감상자가 수용한 후 다시 예술가에게 피드백을 줄 때 작품의 창작 방향에 영향을 주거나 예술 운동의 방향을 조정하는 문제에 현대 예술에서는 비평가들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클레멘트 그린버그와 앤디 워홀의 관계입니다. 영향 또는 피드백이란 구성 요소는 비평이 갖고 있는 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술 비평과 프랑스 고전주의

    프랑스에서 비평이 형성된 과정은 교조화된 고전주의와 연관이 있습니다. 프랑스 고전주의는 반자유주의적이고 광신적이며 독단적이고 또 과격하다는 점에서 르네상스 시대의 고전주의와는 전혀 다릅니다. 프랑스 화가들은 아카데미를 결성하고 그 교리를 바탕으로 이탈리아의 이론을 들여와 프랑스 고전주의를 이룩하는데, 예술가들의 창작과 깊이 결합해 생생하게 삶을 반영했던 이탈리아의 이론이 프랑스로 유입되면서 그 생동감은 사라지고 절대적이고 고립적인 특성이 생겨 교조적으로 변화하게 되었습니다. 여기에는 찬란한 르네상스 문화를 자랑하는 이탈리아 예술가를 선망하는 프랑스 예술가들의 시선도 있었습니다. 프랑스 고전주의는 17세기 합리주의 시대에 합리주의 정신을 예술로 구축한 것입니다. 다른 유럽 국가들은 바로크 시대였던데 비해 프랑스만 유독 고전주의였던 것은 철학자 데카르트의 합리주의 영향이었습니다. 문학에 먼저 등장했던 고전주의의 규칙은 예술 창작의 방법에도 합리적인 규칙이 있고 그 규칙을 사용하는 정신은 바로 이성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요즘은 개성, 감성, 창의력, 상상력 같은 요소를 예술 창작의 요소와 작가적인 태도로 보지만 당시에는 이성적인 규칙이었습니다. 프랑스 고전주의자들이 첫 번째로 규정한 것은 '캐논'입니다. 이것은 문학에서 잘 드러나는 규칙으로 장소와 시간과 행위 세 가지가 일치하는 법칙입니다. 이탈리아에서는 엄격하지 않았던 이런 규정이 프랑스 고전주의에서는 의무화된 것이었습니다. 그다음 규정은 '좋은 풍속'이라고 해서 로맨틱하거나 격정적인 감성의 표출이나 동물의 묘사는 좋지 않은 취향으로 여겼습니다. 또 '진리에 대한 충실함'이란 규정도 있어 작품의 대상을 반드시 똑같이 묘사해야 했습니다. 데카르트는 상상력, 감각, 격정을 배제해야 이성적인 존재가 될 수 있다고 했고, 예술가에게 상상력과 창조력의 자유보다는 논리적이고 수학적이며 과학적인 자질을 요구했습니다. 이런 규칙들은 문학을 비롯해 예술 분야에서도 그대로 반영이 됩니다. 

    예술 비평과 프랑스 고전주의
    예술 비평과 프랑스 고전주의


    분열된 프랑스 고전주의

    프랑스 고전주의가 분열되는데 당시 논쟁의 중심이 되었던 아카데미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살펴봅니다. 프랑스 고전주의의 대표적인 화가는 브룅으로 프랑스 아카데미의 중심인물입니다. 프랑스 정부가 허가한 아카데미에는 과학과 예술이 있었는데 이 두 분야는 허가를 받고 결성된 관료적인 단체로 절대왕정 입장에서는 통제하기도 용이했고 자기들의 취향도 만족시켜 줄 수 있었습니다. 브룅은 당연히 정부 관료와 협력하게 되고 아카데미에서는 그림을 국가 선전, 왕의 업적 등을 위해 사용하는 프로파간다인 성격을 갖게 되었습니다. 당시의 프랑스 예술은 전체주의와 유사해서 신고전주의 스타일을 보이는데 러시아의 사회주의 리얼리즘도 보면 그러합니다. 원래 브룅의 원리 원칙에 충실하고 독단적인 성격인 데다가 국가가 나서서 취향에 개입했기 때문에 이탈리아의 고전주의가 프랑스에 와서 변화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절대왕정의 취향에 맞춘 일종의 예법으로 아카데미의 규율이 생기고 예술론과는 거리가 멀어졌습니다. 이러한 프랑스 고전주의에 금이 가는 일이 생기는데 바로 라파엘의 작품 '마돈나'에 대한 의견 대립이었고, 색채와 형태에 대한 논쟁이었습니다. 당시 프랑스는 형태를 중요하게 생각했는데 어떤 아카데미 회원이 라파엘은 훌륭한 화가이지만 색에 있어서는 색채 주의자인 티치아노의 작품이 더 좋은 것 같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그러나 브룅은 티치아노의 작품에서 색은 아름답지만 진리가 희생되었다고 말했고, 화가도 아카데미 회원도 아니었던 로제 드 필이란 인물은 색채야말로 회화만이 갖는 고유한 특성이라며 티치안을 두둔했습니다. 또한 브룅이 티치아노의 작품에서 색을 강조해 완성도가 떨어지는 소묘에 대해서도 색을 칠하지 않으면 소묘는 독립적일 수 없다며 경계에 지나지 않는 윤곽선에 색이 더해져야 회화의 존재감이 생긴다고 했습니다. 그는 화가의 사회적 지위에 대해 형태를 모르는 화가는 그림 그리기에 필요한 안료를 준비하는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도 했습니다. 이때 로제 드 필은 당대의 루벤스 작품과 이전 시대의 본보기였던 푸생의 작품을 비교하면서 다시 한번 브룅의 의견을 반박하고 색채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로제 드 필의 주장은 색과 선 중에서 선이 종속적이라는 것입니다. 그는 비평의 역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데 예술가들의 영역이었던 비평에 예술 밖의 인물이 절대왕정과 견고한 아카데미의 벽을 허물고 비평을 한 사람입니다. 또한 당대의 루벤스가 푸생보다 더 낫다고 하는 것은 고대의 그리스 로마의 전통과 르네상스 문화를 숭상했던 당대의 사람들과는 다른 태도였습니다. 고대로의 회귀를 거절하고 당대를 수용했던 것입니다. 이렇게 당시의 시대성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그는 자연히 더 이상 신과 인간의 관계가 수직적이며 종속적이지 않다고 해 상당히 모던한 사고를 보여주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점은, 그가 비평은 과거의 지난 규칙을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의 현실, 살아 있는 존재와 그들의 요구 그리고 동시대의 정신으로 봐야 하며 그렇기 때문에 고전주의자들의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시선이 아니라 자연적인 관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고전주의 시대에 살았던 로제 드 필은 동시대의 화가를 평가하며 아름다운 작품은 과거의 죽은 규정에 의해서가 아니라 예술가들의 개성과 재능이라고 보았습니다. 프랑스 고전주의는 브룅을 비롯해 후원자들이 세상을 떠나고 점차 사람들의 취향이 달라지면서 쇠락하고, 자유롭고 관능적인 취향의 로코코 시대로 이어집니다. 이탈리아의 영향에서 벗어난 프랑스 회화는 이제 취향도 절대왕정에서 화가 중심으로 바뀌면서 형태가 중요한가 색이 중요한가 하는 문제도 화가가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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